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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개인전 KIM DONG JUN

김동준 KIM DONG JUN

2022-10-20 ~ 2022-11-24

Gallery LVS
■ 전시개요
전시기간: 2022. 10. 20(Thu) OPEN
전 시 명: 달항아리 MOON JAR
참여 작가: 김동준 KIM DONG JUN 
장 소: Gallery LVS (갤러리 엘비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신사동, 쟈스미빌딩 B1) Opening Hour 9:00 – 18:00 (Mon-Fri) 10:00-17:00 (Sat)
전시문의 : T. 02-3443-7475 E. info@gallerylvs.org

인연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시대가 있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이나 국체가 바뀌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풍랑에 몸을 맞기고 항해를 하다보면 뜻밖의 어려움과 고난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나의 조부모의 세대 또한 그랬다.
그들은 마지막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시대를 살고 첫 번째 한국인이 되었다.
해방이 되자마자 남과 북으로 나뉘어 극렬한 이념갈등이 시작되었고 결국 전쟁이 일어났다.
동족상잔은 그자체로 비극이었다.
격변의 시대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고난을 경험해야한다.
나의 작업에 앞서 이제는 잊혀져가는 전세대의 삶을 서술하는 까닭은
결국 나의 삶이 그들과 무관하지 않으며 내 작업의 미적 근원이 내 조부모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의 조상들은 멸문의 화를 피해 깊은 산골에 숨어들었다.
할머니 또한 해방이후 이념갈등으로 풍비박산이 난 집안의 화를 피해
같은 산골로 피신하였다가 조부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나의 유년시절의 첫 기억은 언제나 할머니의 품속이었다.
할머니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리랑을 부르셨다.
할머니의 품에 안겨듣던 구슬픈 가락의 아리랑은 어린 나에게 형용할 수 없는
북받침과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오랫동안 그때의 울림을 이해하고 표현해 보려 노력해 보았지만 한 개인의 삶속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비애의 감정을 나로서는 충분히 해석해 내기가 어려웠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그 모순된 감동을 체득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유년시절이후 나에게 그런 깊이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를
한참이나 만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나의 20대의 어느 날 심심하고 무덤덤한 항아리를 만났다.
오랜 세월 사용하며 이도 나가고 이리치고 저리 치이며 금도가고 이런저런 상흔으로
스크래치도 많았지만 그런 것쯤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심히 깊고 무거운 자태로
내 앞에 마주한 그것은 조선의 백자항아리였다.
 
인간은 누구나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시작이다.
에덴동산을 벗어나 탯줄을 자르고 나면 당장의 추위와 더위 질병과 굶주림이
모든 인간 앞에 평등히 기다린다.
살아간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의 삶은 무겁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또한 가치 있고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삶에서 오는 고통과 신명도 함께 존재하지 않는가.
백자항아리가 오랜 세월로 인해 지니게 된 상흔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살아가며
받은 고난과 상처를 담담히 아름다운으로 승화시킨 듯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한
구도자의 모습으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오랫동안 해갈하지 못했던 감정의 갈증을 조선의 항아리가 채워주었다.
안료로 그림을 그리기위한 목적의 백자와는 달리 무문의 백자는 자연의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백색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집중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
백자는 그 자체로도 사치스럽고 화려하다. 내가 원하는 백자는 본연의 화려함을 숨기지만
품위를 잃지 않고 안으로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속이 깊고 생동하는 기물이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완숙해지면 내가 원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였다.
물론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끌어내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결국 작업은 작가의 삶을 담는 것이다.
( 글, 김동준 )